현대인의 미디어 소비 패턴에는 기이한 버그가 하나 존재한다. 기사의 본문을 읽기도 전에 스크롤을 맨 아래로 내려 '베스트 댓글'부터 확인하는 습관이다. 원본 데이터(본문)를 내 뇌(CPU)로 직접 파싱(Parsing)하고 연산하는 수고를 건너뛰고, 타인이 이미 연산해 놓은 결괏값(댓글 여론)을 내 생각인 양 그대로 캐시 메모리에 복사해 넣는다.스스로 사유하는 과정을 생략한 채 남의 의견에 무비판적으로 동조하는 존재는 독립 서버가 아니다. 그저 외부의 트래픽을 그대로 반사하기만 하는 속 빈 '메아리(Echo) 노드'일 뿐이다. 오늘날 온라인 커뮤니티가 극단적인 혐오와 진영 논리로 치닫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. 각자의 CPU가 멈춘 자리에 군중의 메아리만 증폭되니, 시스템 전체가 거대한 하울링(Howling·..